서구 복지국가의 질병보험제도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비교할 때 전 국민보험제도하에서 의료서비스 이용과 약값에 대한 보상으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보편화되었지만 실질적인 소득보장기능이 결여된 보험제도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초기 발전과정(19세기~제2차 세계대전 전)과 후기 발전과정(제2차 세계대전 이후)을 통해 보건의료보장제도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초기 발전과정(19세기~제2차 세계대전 전)
질병보험제도는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의 1883년의 질병보험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광산노동자들의 구호기금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고, 초기부터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에 채취산업, 교통, 건설, 제조업 등 규모가 큰 중공업중심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화가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득이 낮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사들이 소득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정상적인 의료수가를 받고 진료하기 원했습니다.
독일의 질병보험제도의 특징은 분권화입니다. 지역별 또는 지역의 산업별로 질병기금을 조직화하여 노동자와 사업주가 서로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하고 기금의 운영은 노동자의 대표가 2/3, 사업주의 대표가 1/3로 선출하여 운영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독일의 질병보험제도는 오늘날 유럽대륙 국가들 사이에 보편적인 질병보험제도의 방식이 되었고 오늘날 분권화된 조합주의방식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가장 규모가 큰 라이프찌히 질병기금으로 1887년 라이프찌히 도시의 18개의 질병기금을 통합하여 150,000명의 회원을 거느리게 되었습니다. 병원입원치료에 대해 제한적인 혜택을 주었지만 질병치료와 예방부문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질병보험을 정착시키면서 주변 국가들이 질병보험제도를 입법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1911년 질병보험제도를 입법하였는데 입원치료와 전문의 치료에 대해 혜택이 없었고, 부양가족도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역의 질병보험 직종에 관계없이 가입신청을 할 수 있지만 가입이 거절될 수 있어서 질병보험마다 비용과 운영에 편차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베버리지는 보편적 국민건강서비스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후기 발전과정(제2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 전 대부분 국가들은 독일의 질병보험제도의 모델을 따라 입법하여 운영했으나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 성숙에 따라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확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에 의료보장의 기원이었던 독일의 조합주의적 질병보험제도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개혁하며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독일의 모델을 기반으로 전 국민에 확대시키는 전통적인 질병보험제도입니다. 대부분 서구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후 자신들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시켜 가면서 독일 모델을 따르거나 변형시켜 질병보험제도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2차 세계대전 후의 제도적 특징을 고든은 3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가 독일의 모델을 따르는 전통적 질병보험제도입니다. 적용대상이 기본적으로 직장에 고용된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분권화된 질병기금을 만들어 운영됩니다. 이 모델은 연금제도와 함께 에스핑-엔더슨의 보수주의적 조합주의 모델의 근간이 되는 모델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1977년 의료보험이 처음 실시되었을 때 독일식 분권화 모델로 출발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통합운동의 결과 2000년부터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된 국민건강보험으로 이름이 바뀌고 전 국민이 하나의 보험기금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둘째, 국민건강보험제도로 전 국민을 하나의 조직하에 엮어서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독일과 같이 분권화된 조합주의방식과 다른 통합된 사회보험방식으로 구체적인 제도의 형식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분권화된 연방국가로 영국의 NHS 영향을 받아 일차진료는 지방정부의 의료서비스방식으로, 병원의 입원서비스는 국민들이 통합된 보험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기 독일식 분권화된 조합주의방식으로 출발했지만 형평성과 효율성의 제고를 위해 분권화된 조합들을 하나의 통합된 보험자 형식으로 통합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발전하였습니다.
셋째, 영국의 베버리지 영향을 받아 기존의 보험방식의 의료보장제도를 국가가 직접 의료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국민건강서비스 방식입니다. 이를 모델로 스칸디나비아 사민주의 국가들은 재정적 책임을 지방정부가 가지는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이탈리아,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도 NHS 방식으로 전환하여 의료보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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